쇼케이스 안쪽으로 몽글몽글한 크림을 듬뿍 얹은 케이크가 줄을 맞춰 채워졌다. 케이크를 정리하던 재윤이 쇼케이스 건너편에서 제 손이 가는 대로 반짝반짝 눈을 빛내던 꼬마 아이를 보며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다. 아이는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 설탕으로 만든 토끼가 올려진 당근 케이크를 보고 꼭 잡고 있던 아빠의 손을 아래로 당겼다. 아빠, 이거! 토끼! 아이의...
계획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과 여유로움을 영빈은 사랑했다. 어떤 상황이 닥칠 것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능력은 순발력보다는 준비성이 필요한 일이었고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영빈은 준비성이 매우 철저하여 모든 일에 계획과 대책이 있는 사람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영빈은 휴일이라고 아침부터 저를 무릎 위에 올...
원래부터 아들은 아빠랑 친하다지만 영빈은 어렸을 때부터 아빠 껌딱지 별명을 달고 살았다. 아빠 하는 건 전부 따라 하고 싶어서 뒤를 졸졸 따르며 밥도 아빠 무릎 위에서 게임도 아빠 옆에서 숙제도 아빠 서재에서 아빠랑 같이. 그렇게 자랐다. 별까지 달고 있는 장군 아버지는 여느 취준생들 자소설에 자주 등장하시는 것처럼 무뚝뚝하지만 자상하신 분이셨고, 원리원칙...
할아버지, 아버지, 형, 심지어는 누나까지도 줄줄이 직업 군인을 배출한 광산 김씨 집안에서 유일하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2남 1녀중 막내 김영빈이었다. 물론 집안 어르신들은 광산 김씨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쳐 살아봐야 하는 거 아니겠냐며 아주 어린시절부터 영빈네 3남매를 군인으로 만들기위해 조기교육을 시켰으나 김영빈은 그 뜻...
사묘인뎐(蛇卯人傳) 뱀과 토끼의 이야기 이재윤 x 김영빈 장터를 돌아가는 큰길을 따라 아침부터 분주하게 하얀 비단이 깔렸다. 1리는 더 되어 보이는 비단길 끝에 한 송이 동백꽃같이 붉은 꽃신이 놓이고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어 비단의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서자 커다란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북소리가 끝나면 꽃신 앞에 가마가 내려앉았다. 지붕 끝에 붉은 ...
린당 이주마다 돌아오는 정기 휴일에 상혁은 오랜만에 오후 1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눈을 뜨고도 꾸물꾸물 이불 속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문득 옆자리가 허전한 걸 깨닫고 그제야 몽롱한 정신이 좀 돌아왔다. 퉁퉁 부은 눈이 뻑뻑해서 몇 차례 손등으로 비비다가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다시 엎드려 몇 번이나 팔다리를 늘리며 기지개를 쭉 폈다. 지난밤에 정사로 허...
린당 꿈이나 미래 같은 걸 생각했던 적이 없었다. 학교에 적어 내는 장래 희망란에 꾸준히 써 냈던 희망직업은 그냥 '공무원'이었다. 엄마가 살아 계셨던 8살 무렵엔 뭐라고 적었더라? 적어도 공무원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질 않았다. 살아 있으니까 사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에 상혁은 절대적으로 공감했었다. 우산 없이 비가 오는 날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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