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당 마음이 너무 커져서 그걸 담고 있던 그릇이 모자란 느낌이었다. 상혁은 그러니까, 인성을 '사랑'하고 있다고 절실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늘 제게 예스만 외쳐주는 그 김인성에게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다 못 해 시무룩할 지경이었다. 이래서 형이 계속 다음에, 나중에 고백하라고 했구나. 나는 형한테 줄 게 없으니까. 물론 인성이 뜻한 바는 그...
린당 인성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세 식구가 모두 모여 아침을 먹는 건 드문 일이었다. 입시를 앞둔 고3이라 인성이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탓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가진 기업의 총수라는 자리도, 어머니가 가진 교수라는 직함도 그냥 얻어지는 것들은 아니었다. 두 분은 누군가의 남편, 아내 그리고 부모라는 타이틀 이전에 그저 자신의 커리어가 조금 ...
린당 언젠가 다가 올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 눈앞에 와 있을 때 사람은 당황 하고 만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인성은 어른이었다. 상혁은 인성에게 이 상황에서 어떻게 태연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처음으로 제가 아직 어리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푸석한 얼굴을 한 채 거실에 나왔을 때 인성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린당 상혁아 안달아? 걱정스레 묻는 인성의 목소리에 상혁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빨간 입술을 붕어같이 모으고 참 열심히 오물거리는 상혁의 손에는 유명 브랜드의 초코과자가 들려 있었다. 입도 작으면서 저걸 전부 먹는다고 입안에 있는 걸 삼키기도 전에 다시 초코 과자를 한 입 물더니 부스러기를 입가에 잔뜩 묻히고 인성을 향해 베시시 웃었다. 아 예뻐, 저도...
린당 쟁빈 (한꼬집) 인생에 있어 뭔가를 딱히 욕심내 본적이 없었다. 가지고 싶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반드시 해야겠다, 라거나. 김인성 인생에 그런 결핍이나 욕심과 관련된 말들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러기엔 너무 평안하고 풍족한 삶을 살았으니까. 뭔가를 가지고 싶기 전에 그 무언가가 손에 쥐어진 삶을 살았고, 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환경이 주...
린당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더 이상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후에만 하던 카페 알바를 종일반으로 바꿨다는 것. 시급이 조금 더 올라갔다는 것과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는 것. 카페는 10시 오픈이었지만 오픈 준비는 9시부터였고 상혁은 8시에 출근했다. 격일로 번갈아 영빈과 재윤에게 커피와 베이킹을 배우는 중이...
린당 평생에 운이라고는 타고난 게 없다고 생각했다. 태어나보니 다 쓰러져 가는 판자촌, 아프신 어머니와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가 있었다.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탑재 된 눈치는 상혁을 어딜 가도 주눅 들게 했고 뭘 하든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들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실직을 하신 후엔 숨을 쉬는 것 하나가 조심스러울 만큼 인생이 고달팠다. 고작 ...
린당 잠자리가 너무 편해서 불편했다. 맨 바닥이 느껴지던 딱딱한 이부자리에서 자다가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두 바퀴씩은 해도 남는 커다랗고 푹신한 킹사이즈 침대에 덩그러니 놓여져 보니 아무래도 무슨 호강인가 싶어 몸이 놀란 듯 했다. 새벽 내도록 말똥말똥한 눈으로 펄떡이는 심장을 잠 재우지 못하고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세운 상혁은 아, 어제 낮잠을 엄청 많...
린당 아프지? 아팠겠다.터진 입꼬리에 면봉으로 약을 발라주는 인성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못해 간지러웠다. 상혁은 제 눈앞에서 저보다 아픈 듯이 온 얼굴을 구기고 있는 인성을 향해 삐죽 웃어 보였다. 그렇게 안 아파요. 벌써 다 딱지 앉았는데요 뭐. 조그맣게 중얼거리다가 벌어진 입술에 저도 모르게 으으..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인성의 눈치를 살폈다. 꼴 사납...
린당 유난히 햇빛이 강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 온 복사열이 숨막히도록 뜨겁던 그런 날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이가 어느정도 차고나서는, 일상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게 꽤 한정적인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날도 그저 그런, 모든 일이 무난한 보통 날 중에 하루일 뻔했다. 손수 외부 테라스에 어닝을 펼치며 그늘막을 만들던 인성이 ...
김인성 x 이상혁 그늘 아래서도 눈부신 햇살에 미간이 찌푸려 지는 게 벌써 괜히 왔나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해보려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지만 시간은 벌써 11시를 훌쩍 넘겨 뜨거운 태양이 머리 맡에 도래 했다. 출발하기 전에 먹은 샌드위치는 이미 뱃속에서 깨끗하게 소화 된 지 오래였다. 언제 돌아 가겠다 하는 기약 없이 떠나온 터라 한 손에 달랑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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